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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왕은 도대체 뭘 생각하는 드라마인지 모르겠다. 이가영의 마음만큼이나. 이건 뭐 패션을 논하자는 드라마는 절대 아니고 두사람이 사랑하자는 순정을 바칠 드라마도 아니다. 내 마음 어디로 갈지 나도 몰라요.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과거 통신사 씨에프의 오마쥬도 아니고 도대체 뭘 하자는 거지. 자기 마음 하나도 결정하지 못하냐는 생각이 절로 드는 드라마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게하면서도 대본의 완성도가 높고 디테일이 우수했다면 네남녀의 희로애락과 사랑 그리고 증오가 적절히 맞물리며 그 감정선을 따라 시청자를 울고 웃게 만드는 멋진 심리극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네남녀의 사랑 쟁탈전. 멋지지 않은가? 마치 밀림의 세계처럼 사랑을 묘사하는 패션왕.. 드라마계의 한 획을 긋는 드라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는 디테일이라고는 눈꼽도 찾아볼수 없을 만큼 허술하기 짝이 없다.
하루 아침에 사직서를 내고 팀장을 포기하고 심지어 그 이유가 남자의 질투 때문이라니 허무맹랑한 어린아이도 안 할 유치한 성인들의 이야기에 감탄할 성인들은 아무도 없다. 일단 공감대를 상실했다는 말이다. 아무리 드라마가 판타지랄지언정 전문직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라면 장르직보다 배 이상의 디테일의 공을 들여야 시청자가 그에 감흥하고 감동을 받는다. 공감대가 없는 사랑이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문제는 전문직의 세계와 디테일을 포기했다면 어처구니가 없더라도 사랑 하나만큼은 쫄깃하게 그려낼 수 있어야할텐데 이또한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강영걸과 정재혁을 놓고 이 남자에게로 저 남자에게로 이동하는 이가영의 행동은 욕만 나올뿐 아무런 공감대가 없다. 네명다 한심한 사랑을 하고 있다. 사랑 때문에 일은 뒤로 미루어버렸다. 그럼에도 제목은 패션왕이다. 전개 자체가 한심하니 시청자 역시 드라마를 한심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대본이 감정의 디테일을 살리지못하다보니 배우 역시 미흡한 연기력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드라마에서 신세경은 드라마 최초로 현대극 첫주연이라는 영광스러운 자리를 맡았으나 날이 갈수록 캐릭터의 둔함과 한심함 때문에 신세경의 연기력마저 퇴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이 드라마는 배우의 단점과 나쁜 버릇마저도 두드러지게 하는 마법을 부리고 있는데 신세경 특유의 웅얼거리는 말투와 항상 변함이 없는 한결 같은 우울한 표정이 드라마의 전체를 휘감으며 신세경을 여전한 지붕뚫고하이킥의 복제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것이다. 이것은 배우 신세경에게 한계라고 느껴지게 할 만큼의 실책이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핫아이콘으로 자리잡았던 유아인 역시 마찬가지다. 캐릭터가 답답하고 상스러운 탓에 유아인 역시 그의 단점을 극명하게 드러나는 연기를 하고있다. 시종일관 목이 쉬도록 소리만 질러대고 분노하고 억울해서 참을 수 없는 유아인의 캐릭터는 그래서 그의 가장 큰 단점인 분노하는 신에서 어김없이 드러나는 염소 형태의 바이브레이션이 계속해서 노출되고 있는 점이다.
소리를 지를 때마다 대사 말미에 떨리듯 작아지는 목소리는 유아인의 최대 실책이다. 하지만 드라마 캐릭터가 별 이유나 상관관계도 없이 계속해서 소리만 지르고 분노만 해대고 있으니 유아인의 이런 불명예도 드러나 보일수밖에 없다.
유리가 아이돌이라는 이유로 그녀의 결점을 탓하는 안온함으로 나머지 두 배우의 안이함을 감싸주기엔 두 배우의 연기력 역시 평균 이하다.
결국 드라마 초중반에 온통 아이돌 유리만 가지고 토 달았던 문제점들이 사실상 기존 연기자에겐 더 컸던 문제점이라는 것이다. 신세경은 정체됐고 유아인은 퇴보했다.
물론 그렇다해서 이들의 연기력을 옹호해줄 수 없는 이유는 그럼에도 황무지에 꽃을 피운 사람이 있기 떄문이다. 바로 배우 이제훈이다. 내가 볼때 이제훈이 맡은 정재혁이라는 캐릭터는 패션왕의 똘끼 넘치는 네명의 미친 캐릭터들 중에서도 가장 어처구니가 없고 한심한 호구 캐릭터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캐릭터인데 그럼에도 그는 이 어이없음에서도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에서 신세경의 연기력이 그럭저럭한 호평을 받았던 것은 건축학개론의 수지가 그러했듯 이제훈의 뛰어난 연기력이 상호보완을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더 좋은 역할을 맡을 수 있었을텐데 능력을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한심한 캐릭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제훈은 이 캐릭터에 로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말로는 실장님에 재벌2세 캐릭터라지만 호구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여자 하나 때문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멍청한 캐릭터를 이제훈은 단점을 찾을 수 없는 연기력과 상대방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절묘한 하모니 그리고 뛰어난 캐릭터 소화능력으로 또래 배우중에서 가장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심한 대본 패션왕이 발견한 유일한 미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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